방 안의 코끼리`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눈에 보이는 사실을 무시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꺼려하는 상황을 뜻한다. 최근 IT업계에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Software-Defined Datacenter)`라는 코끼리가 등장했다. 이는 데이터센터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인프라, 즉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보안장비 등을 가상화하고 자동화된 소프트웨어로 운영함으로써 효율적이고 민첩한 데이터센터를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시간싸움을 벌이고 있다. 누가 먼저 새로운 시도를 하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기업의 비즈니스와 IT가 밀접하게 연계된 상황에서 IT 인프라는 기업의 변화와 새로운 사업을 적기에 뒷받침해야 한다.

IT 인프라가 사업부서 요구보다 느리게 대응하는 것은 현재 인프라 환경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마다 별도 시스템으로 나눠진 것도 모자라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보안 등으로 흩어져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미묘한 균형 상태에서 운영되는 IT 인프라는 일부 구성요소의 작은 업데이트만으로도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시간을 들여 여러 관리 포인트들을 점검하며 사전 준비와 사후 관리 작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사업부서가 원하는 속도를 충족시키고 IT 인프라 관리를 체계적으로 유지하면서 보안과 규정을 준수하고, 비용을 절감시키는 등 모든 측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IT 담당자의 과제다.

SDDC는 개별적으로 분리돼 관리되는 많은 수의 물리적 하드웨어를 데이터센터 차원에서 통합된 SW를 통해 단일화된 관리 포인트로 운영하게 해 준다. SW 기반 IT는 정책 기반의 관리 자동화를 구현한다. 개별적으로 분리된 스크립트 중심의 관리 자동화는 하드웨어(HW) 중심이고 장기간의 수정을 요구하지만, SW로 정의된 데이터센터는 정책에 기반해 수작업 없이 자동화를 실현한다.

10여 년 전 서버 가상화 기술이 방 안의 코끼리였던 적이 있다. 당시로는 물리적인 서버 1대에 반드시 1개의 운영체계만 설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혁신적 기술이었다. 서버 가상화는 더 효율적이고 유연한 IT 서비스를 제공해 큰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 EMC도 회사 내 전체 인프라의 90% 이상을 가상화시켜 톡톡한 효과를 봤다.

신기술을 검증 없이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변화를 거부하며 관행에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역사는 똑같이 되풀이 되지 않지만, 거기에는 일정한 리듬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IT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임계점에 도달하면 새 패러다임을 만들어 낸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동참해야 한다.

SDDC라는 새 패러다임 완성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나아갈 길은 이미 제시돼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나아가기 위한 면밀한 검토와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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