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oClo(Social·Mobile·Cloud)라는 단어에 익숙해지는가 싶었는데 최근 빅데이터 분석까지 추가해 이른 바 SMAC(Social Mobile Analytics Cloud)라는 단어가 더 자주 들린다. SMAC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 기업이 트렌드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를 꼽는다면 `스마트`가 될 것이다.

기업이 SMAC로 무장하면 정말 비즈니스가 스마트해질까. 이런 질문을 받고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이 구축하는 업무의 비즈니스 가치가 무엇인지, 현업들이 어떻게 그 일을 해내는지 분석해본 적이 있는가. 현재 구축하는 시스템이 비즈니스 모델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그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현업의 오피스 생활과 비즈니스의 생생한 현장 사용자 경험을 분석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 IT는 현업이 제공하는 요구사항을 놓고 자신의 일을 규정하는 일에 익숙하다. 차세대시스템 구축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작업 지연사유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이 `현업이 요구사항을 제시하지 않거나 그 수준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요구사항이 제때 정의되지 않아 설계가 지연되고 정작 구현화면을 만들어 현업에게 보여주면 비로소 요구사항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진다. 솔직하게 말해 현업은 잘못이 없다. 현업 요구사항은 커다란 시스템 청사진이 아니다. 일하는 데 필요한 스위트(Suite) 같이 편한 시스템이다. 문제는 IT가 비즈니스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

현업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다양하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검색해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다. 다른 전문가와 소통하면서 새로운 사실과 지식을 알게 되고 유관부서와 협업하고 경쟁하며 메일을 사용해 연락한다. 파일을 다운받고 저장하며 네트워크로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고 업무규정이나 매뉴얼을 뒤적거리며 무엇이 변경되었는지, 어떻게 적용하는지, 남들은 어떻게 했는지 찾아 헤맨다.

현업의 비즈니스는 차세대 시스템으로 커버하기엔 너무 다양하고 생생하다. IT는 이제 사용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패턴과 동선을 파악하고 필요한 시스템에서 적시에 필요한 정보구조를 제공해 감성적인 기쁨까지 제공한다. 사용자 경험은 디자인 리서치에 활용되는 관찰 기반 방법론(Camera journals, Behavior Mapping)이나 민속학(Ethnography), 페르소나 등 기법을 접목해 현업으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얻는다. 이것은 IT(information Technology)가 BT(Business Technology)로 거듭 태어나는 사례다.

정보시스템이 IT라고 불리는 것은 그 수동성에 기인한다. 현업이 제기하는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업무와 조직을 구성한다. 물론 이것도 쉬운 과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금융과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IT는 차세대 시스템으로 한 세대 접고 다른 세대로 이전을 준비하는 시기다.

과거처럼 현업의 요구사항을 그냥 받아 대응만 하고 있을 순 없다. 그런 자세로는 우선 현업을 제대로 돕거나 만족시킬 수도 없다.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도 실제 활용도는 거의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과거보다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현업의 오피스 생활이나 경험과는 거리가 먼 솔루션을 도입한 경우가 많다. 금융업무 중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투자은행 업무와 관련된 회계자문 업무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현업이 기피하는 시스템을 굳이 구축해 관리하려는 관리층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다. 현업이 원하는 긍정적인 경험은 PF 같이 큰 규모의 여신 취급 건에서 실제 발생하는 자잘한 문제의 해결이다. 가장 직관적으로 정보를 축적하고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지, 프로젝트 관리시스템처럼 명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PF 업무에서 실제 발생하는 비즈니스 위험이나 예측 관련 IT가 관리해야 하는 것은 주요거래조건 정보나 캐시플로우 모델 정도다. 한 걸음 나아가 비즈니스 가치와 현장경험을 분석하면 시스템은 의외로 심플하고 가치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으로 변한다.

정보시스템이 비즈니스 시스템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대규모 투자, SoMoClo나 SMAC 등의 거창한 구호나 명분이 아니다. 현업의 오피스 생활과 경험을 분석해 비즈니스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에 걸맞은 매력적인 시스템을 제공하는 일이 바로 미래의 과제인 BT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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